/ DIARY

나의 이직 이야기 - 3

- 임소장2 -

‘여러분, 데이터 사이언스에 대해서 뭐좀 아세요? 아니 랩실에서 한거 말고….’

‘내말은, 실제 적용해서 시스템 구현까지 해보셨어요?’

경력직으로 입사한 오박사가 우리 5명을 회의실로 소집했다.

하루에 한번 꼴로 불러내서 훈계를 한다. 소장은 아직까지도 출근하지 않았다.

  • 오박사 : 55세. 소장(50세) 보다 나이 많음

훈계가 또 길어진다. 지겹다. 듣는척하고 오박사의 얼굴 생김새만 살펴본다.

왁스를 발라 넘긴 백발이 형광등에 비쳐 유난히 반짝인다.

입사 연차로는 내가 7년 선배다.

오박사가 가장 연장자여서 우리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많이 내리고 회의 소집도 자주했다.

‘나는 민간에서 10년 넘게 일했어요. 여기는 전문가도 없고 인프라도 없어서 걱정입니다.’

그의 어투에서 자만심과 포함한 사내 공모인력에 대한 냉소적 태도가 느껴진다.

아직도 출근안한 임소장에 대한 이야기도 꺼낸다.

‘나는 좋은 학교 나왔다고 상사로 인정 안해요. 나보다 실력이 월등해야 소장으로 인정할거에요.’

‘내가 미국 학위만 있었어도 소장감이지, 안그래 박박사?’

‘우리들끼리 잘 뭉쳐야해요. 그러니 여러분이 나 힘좀 실어주세요.’

아무리 자신감이 넘친다지만 머릿속에서나 굴릴 버릴 생각들을 필터링 없이 내뱉다니…

‘아, 그리고!’

‘소장 없다고 마냥 쉴수 없으니 팀을 나눠서 프로젝트나 하고 있자구요.’

‘세팀 정도로 나누면 좋을 것 같은데…. 나와 박박사가 여기서 가장 능력이 있어 보이니 A팀장, B팀장을 맡을게요.’

‘C팀장은 누가 할래요?’

내가 손들었다.

‘제가 할게요. 여기서 나이가 어린축에 속하긴한데 지원자가 없으면 제가 할게요.’

자신있어서 손든건 아니다. 박박사랑 같은팀으로 엮이면 피곤할 것 같았다.

나도 이 회사 짬만 12년이다. 누구에게 붙어야 살아남을지 본능적으로 안다.

저사람은 아니다.

나와 같이 차출된 사내공모 차장 두명이 나와 같은 C팀에 가겠다고 손들었다.

그들도 안다. 같이 있으면 피곤해 질 것을…

‘그럼 남은 차장은 나랑 한팀하면 되겠네. 자 그럼 일 합시다. 능력 키워야지!’


며칠 뒤 소장이 출근했다. 연구소 개소 후 2주만이다.

다들 사무실 앞에 사열해서 자본주의 미소를 띄며 소장과 악수를 청한다.

오박사만은 예외다.

왼손은 바지 주머니에 넣고 악수랍시고 손바닥만 스치고 자리에 가서 앉는다.

오박사도 그렇지만 소장의 첫인상도 예사롭지 않다. 경직되어 있는건지, 기분이 안좋은 건지… 모르겠다.

직원들 인사에 대한 화답으로 약간의 미소라도 지을 법한데 시종일관 무표정이다.

아니 약간 화난 얼굴에 가깝다.

말수도 적고, 목소리도 작다.

귀를 쫑긋하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는다.

소장은 인사를 나눈 후 자리로 가서 pc를 켰다.

일을 하다가 우연히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를 바라보며 뭐라고 웅얼거린다.

‘네?’

한마디도 안들린다. 또 웅얼웅얼…

자리로 가서 다시 물었다.

‘뭐 필요하신 거라도?’

‘왜 내 개인 사무실 만들지 않았죠?’

‘아, 네. 지원부서에서 다 같이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도록 배치를 했습니다.’

‘저희가 구x 코리아도 가보고 ‘카xx’ 도 가봤는데요. 요즘 IT 기업들이 다들 좌석 배치를 이렇게…..’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주절거린다.

소장은 특유의 무표정으로 웅얼거리며 답했다.

‘내일까지 개인 집무실 하나 만들어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