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ARY

나의 이직 이야기 - 프롤로그

2020년 6월 30일.

10년간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제 구직자 신세가 되었다.

이렇게 대책없이 회사를 그만 둘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회사를 그만두는 과정은 그야말로 충동적이었다.

퇴사 결심부터 회사에 알리기까지 1주일도 안걸렸다.

부서장께 퇴직 의사를 밝히고, 동료들의 회유가 한창일때도 몰랐다. 내가 무슨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너 나가면 우리는 어떡하냐’, ‘멋지다, 부럽다’ 걷치레인줄 알면서도 동료들의 한마디를 들으면 뭔지 모르게 뿌듯했다.

며칠 휴가를 낸 후, 퇴사일이 되서 사무실에 인사하러 들렀다.

딱히 날 잡는 사람은 없다. 아무일 없었다는 듯 다들 분주하다.

서운한 감정도 없잖았지만 웃으며 다음을 기약한다.

사무실에 있던 짐들을 담은 박스를 들고 대로를 터벅터벅 걸으며 생각에 잠긴다.

내가 지금 뭘 한거지? 제대로 하고 있는거지?

회사의 울타리를 갓 벗어나서야 보이기 시작한다.

회사 안은 따뜻한 온돌방이다. 한겨울에 밖이 얼마나 추운지 잘 모른다. 딱 그 느낌.

조직에 몸담고 있을 때는 사무실이 감옥 같았다. 문을 박차고 나가야 창창한 앞날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정신이 번쩍 든다. 문틈으로 보이는 빛들은 그저 미지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일을 저질러 버렸다.

이제 서야 현실의 찬바람이 느껴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