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ARY

나의 이직 이야기 - 1

- 소박한 환송회 -

공식적인 퇴사 후 일주일이 지났다.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나를 불러냈다. 그동안 공식적인 환송회는 없었다.

소장과 팀장은 불쑥 사직서를 내민 내가 괘씸했을 것이다.

팀원들이 식사자리 없이 내보낸게 마음에 걸렸는지 윗사람들 몰래 따로 불렀다.

형동생하던 술동무 몇명만 모였다. 사무실 옆 단골 통닭집으로 줄지어 들어간다.

‘삼촌 어디갔었노? 와이리 오랜만에 오노?’

이틀에 한번꼴로 가던 가게에 열흘 넘게 안비췄더니 사장님이 반기신다.

익숙하게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낸다. 사장님이 바쁘면 우리가 알아서 기본 세팅을 한다.

안주가 나오기 전, 빈속에 소주 한잔을 들이켰다.

‘명이 너는 나가서도 잘 할꺼야. 걱정마라.’

‘그니까 임마, 옮길 회사 정해놓고 나갔어야지. 뭐하는거야, 정신나간 놈아.’

취기가 오르니까 욕이 오고간다.

다 잘되라고 하는 말인 것을 알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진 않다.

소주가 달다.

아니, 선배들의 직언에 몸둘바를 몰라 쓴맛을 느낄 틈이 없다.

‘어디라도 합격하고 나간거야?’

‘S 하나랑 스타트업 합격했는데, 그것들은 보험이고 일단 이것저것 알아보려구요. 논문도 좀 쓰고, 홈페이지도 만들고…’

‘시끄러 임마. 일단 어디라도 빨리 붙어서 들어가. ‘

사실 두 회사 모두 1차면접만 통과한 상태다. 최종합격 통보를 준 곳은 없다.

대책없는 놈으로 보이기 싫어서 이리저리 둘러댄다.

이직 확정 후 퇴사를 하는 것이 정석이라지만, 회사를 하루라도 더 다니면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자, 서비스 안주 나왔습니다.’

‘벌써 10시냐? 사장님 서비스만 먹고 뜨자. 명아, 가끔 연락하고 지내자. 우린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일어날게’

사장님은 손님이 뜸한 10시가 되면, 메뉴판에 없는 안주를 만들어 서비스로 주곤 하신다.

단골인 우리는 서비스 안주가 나오면 10시가 된 것을 눈치챈다.

가게를 나왔지만 다들 아쉬웠는지 입구에 모여 담배를 물고 한참 수다를 떤다.

‘아무리 그래도 소장하고 부장이 먼저 환송회 하자고 해야하는거 아니냐?’

‘에이, 그 사람들이 잘도 하겠다. 이제 남이라는 거지 뭐’

‘괜찮아요. 저는…’

임소장과 최부장.

퇴사 결정과 연관이 없다고 말해왔지만, 주변에서 언급 할 때마다 신경 쓰인다.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관계가 언제, 어디서부터 삐걱이기 시작했는지 곱씹어본다.

회사 근처에는 직원들끼리 모여 식사를 할 장소가 별로 없었다.
유일한 장소가 이 치킨집이었다.
최근에 재개발로 인해 이 곳 마저도 문을 닫았다.